안녕하세요
간만의 포스팅인데 오늘은 모처럼 가볍게~ 시드니에 살면서 다양해진 저의 취미 생활 몇 가지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서울을 주 근거지로 하는 대부분의 IT 종사자가 그렇듯, 한국에서의 제 취미는 주로 전자 제품 수집이었어요. 그 외 또 굳이 꼽아 보자면 컴퓨터 게임 정도가 있겠네요. 의지력이라던가, 자기 관리라던가 하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서 게임은 아예 끊고 살다가 가끔 미치면 몇일씩 폐인이 되곤 했지요. ㅎㅎㅎ
사람들이 호주로 정착할 마음을 먹는 주요 이유중 하나는 바로 축복받았다고 밖엔 할 수 없는 자연 환경때문이죠. 신혼 여행 혹은 비즈니스차 잠깐 들렀다가 결국 정착으로 이어진 경우를 몇 번 봤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민와서 정착한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가요? 와서 자리 잡고 바둥거리고 살다보면 여행다운 여행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채 몇년 훌쩍 보내기 쉽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저도 아직 시드니 밖으론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했네요.
그렇다고 이 호주란 나라가 한국처럼 불야성이라서 밤늦게 어딜가도 먹고, 마시고, 노는 재미가 충만한가 하느냐하면 그런것도 아니고 말이죠. 알고 보면 되게 심심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일단 정착이 완료되고 나면 취미가 필요할 수 밖에 없어요. 사실 쉰다는 건 정말 중요한 행위잖아요? 하루 종일 말도 안통하는 나라에서 동료가 말하는 걸 못알아먹고 헛소리 나올까봐 귀 쫑긋 세우고 사는 것 자체로 스트레스 만땅 받습니다. 그러니까 누구나 취미를 가질 필요가 있어요.

제가 호주에서 가장 먼저 즐기기 시작한건 바로.. 가족과 함께 하는 BBQ 였어요. 호주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공원, 비치마다 누구나 공짜로 쓸 수 있는 전기 BBQ 시설이 구비되어 있거든요. 삼겹살, 소세지, 캥거루 고기, 맥주 등등 싸들고 가서 애들은 잔디밭에 풀어놓고, 아빠들은 고기 굽고, 엄마들은 수다떨고.. 아.. 이게 바로 호주 생활의 여유구나 처음 느끼게 되는 순간이지요.
그러다 물놀이에 빠지게 되었는데.. 다름 아닌 작살낚시(Spearfishing)에요. 회는 먹고 싶은데 항구 도시인 주제에 물고기 값이 너무 비싸서 시작했죠. 이 때 당시만 해도 낚시는 그냥 던져놓고 하염없이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는 지루한.. 시간 낭비라 생각해서 고려조차 안했구요. 물 속에 작살총을 들고 잠수해 들어가 물고기를 눈 앞에서 본다는 것 자체에 매력을 느꼈어요. 하지만 동시에 물에 대한 두려움도 컸죠. 그래서 스쿠버 다이빙 교육을 받고, 어드밴스드 PADI 까지 취득한 다음, 겨울 내내 매일같이 Gym 에 나가 열심히 수영을 연습 한 후에야… 마침내 작살 낚시를 시작할 수 있었지요.

이걸 시작한 후 다른 취미는 가질 시간도, 가치도 없다는 혼자만의 확신이 들만큼 빠져있었더랬어요. 하지만 얘기지 못한 변수가 있었으니 두둥~
시드니의 날씨는 1년 내내 영하로 떨어지는 법이 없지만 겨울엔 그래도 제법 쌀쌀한데 집들이 다 더위만 막을 수 있게 지어놓고, 추위는 고려하질 않아서 자칫하면 감기에 걸리기가 쉬워요. 바로 지난 겨울, 저 역시 감기를 달고살다보니 물질하러 다닐 수가 없었답니다. ㅠ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외 활동을 못하는 대신 매일 밤 치즈에 와인 마셨더니 살은 피둥 피둥 찌고 마침내 여름이 왔건만 잠수복이 몸에 들어가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더군요. 어떻게 껴 입긴 했는데 이게 또 체력을 무지 요구하는지라 조과가 작년만 못했어요. 한 번 바다에 나가면 다녀와서 그날 점심이나 저녁은 회를 마눌님께 대접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더군요.

그래서 요즘 새로이 시작한 게 바로.. 갯바위 낚시랍니다. 이 갯바위 낚시는 제가 원래 기존에 알고있던 일반적인 line fishing 과는 다르게 상당히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형태의 낚시더군요. 그래서 최근엔 낚시회에까지 가입해서 좀 제대로 배워보려는 중입니다. 최근 출조 모임에 따라 나가봤는데 네 명이서 대략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무려 17마리를 낚아내더군요. 그것도 잡고기 없이 굿사이즈로 드러머 14 마리, 스내퍼 2 마리, 트레발리 1마리. 여긴 정말 물 반, 고기 반인 걸까요?

호주는 한국 남자들이 이민오면 하도 심심해서.. 골프 아니면 낚시 둘 중에 하나는 배워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지인께서 골프를 저한테 전수해주시려고 무지 노력한 적도 있는데.. 평생 골놀이에 한번도 끌려 본 적이 없었던지라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더군요.

호주가 그 정도로 심심한 나라인가…? 라고 누가 묻는다면 저는 절대 아니올씨다라고 단언할 수 있어요. 시드니 하나만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각종 스포츠나 문화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는지 몰라요. 취미별로 가입할 수 있는 모임도 많고요. 그런데도 심심하다는건.. 적극성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아직도 해보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한 살, 두 살 나이만 먹고 있는 것 같아 슬퍼질 때가 있어요. 이미 어떤 취미는 이제사 갖기엔 너무 늦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도 이렇게 하나, 둘 새롭게 시도하고, 재미를 붙여나가는 취미 활동이 항상 즐거울수만은 없는 이민 생활의 고됨을 잊게 해주는 고마운 활력제가 되고 있어 다행이에요.

돌이켜보면.. 저만 그런가 모르겠는데 전 한국 있을 때 넘 단순하게 살았어요. 일-술-집-일-술-집, 월화수목금금금, 영어 공부, 자기 개발, 무한 삽질 반복… 이렇게 살다 여기 오니 참 후회가 되는게 너무 많은 걸 놓치고 살았다 싶더라구요. 계속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제 때 풀어주고, 적당한 취미 활동과 운동으로 자기 건강을 챙기는 것도.. 그 어떤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걸 진작 알았으면 좋았겠다 싶어요.
오랜만의 포스팅이라 글이 길어졌네요. 거의 1년만인데.. 매번 하면서 못지키는 약속이지만 앞으론 좀 더 자주 쓰겠습니다.




